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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 [Lyra, Lura, Lyre, Le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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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한국음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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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반적 특성과 분류

 

   리라는 고대부터 발달해 온 대표적 현악기의 하나이다. 독일어(Leier)와 영어(lyre)가 모두 라이어라는 동일한 발음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리라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스 어원을 따서 부르는 리라’(Lyra)는 거북이 등으로 만든 일명 거북리라’(Chelus)를 가리킨다. 리라의 기본적인 형태는 둥글거나 각진 모양의 공명통 위로 두 개의 팔이 뻗어나가고 두 개의 팔 사이에 가로대가 놓인 모양이다. 줄은 가로대와 공명통 사이를 잇고 있으며 손가락을 튕겨 연주하거나 손가락 사이에 채를 끼워 연주한다. 공명통이 다양한 것처럼, 두 개의 팔이 뻗어나간 모양이나 가로대가 놓인 위치 등 전체적인 구조와 연주법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발전하였다.   

   악기의 체계화를 시도한 호른보스텔(Hornbostel)과 작스(Sachs)는 현악기를 단순 현악기군’(einfache Chordophone)복합 현악기군’(zusammengesetzte Chordophone)으로 나눈다. 리라가 소속되어 있는 복합 현악기군은 다시 류트족, 하프족, 하프류트족으로 분류되며, 리라는 멍에류트’(Jochlaute)라는 별칭으로 류트족의 두 번째 그룹에 속한다.1) 리라가 류트나 하프와 동일하게 위치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류트족에 속하게 된 이유는 가장 중요한 현과 공명통의 구조가 류트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 하프는 현이 공명통의 상단부와 비스듬히 놓여있는 반면, 리라는 류트처럼 현과 공명통이 평행으로 놓여있다. 악기를 측면에서 관찰하면 구분이 확실해진다. 리라가 종종 하프와 혼동되어 같은 악기로 취급되는데,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는 이 두 악기가 다른 종류임을 명확히 해 준다.

   리라는 하위 분류에서 다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공명통이 통째로 된 혹은 잘려진 껍질 혹은 자연재료로 되어 있는 것은 껍질리라’(Schalenleier), 두 개 이상의 판이 접목되어진 상자로 된 것은 상자리라’(Kastenleier)로 분류된다. 거북이의 등판을 공명통으로 하는 그리스의 리라가 전자에 속하는 반면, 그리스의 각진 키타라와 이집트의 리라는 후자에 속한다.2)  

 

 

2. 역사적 발전

 

   리라는 역사적으로 고대에 가장 화려하고 다양하게 발전하였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때도 사용되었지만, 점차 현대의 다른 현악기에 밀려났다. 현재는 아프리카의 토속악기에서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고, 최근 들어 음악고고학자들에 의해 고대의 악기가 복원되거나 고대의 음악을 재현하는 연주자들에게 의해 사용되고 있다.

 

 

1) 고대

  고대에 나타난 첫 번째 형태의 리라는 기원전 25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에 수메르인들은 인류최초로 도시문명을 건설하였는데, 그 지역의 우르(Ur) 왕묘에서 나온 호화로운 부장품과 함께 발견된 황소리라의 발견은 그들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번영하였는가를 증명하고 있다. 발굴 당시 나무로 된 악기의 몸체와 줄은 썩어 없어졌으나, 황금으로 된 황소머리와 공명통의 앞부분에 광물질 역청에 청금석(靑金石, lapis-lazuli), 조개껍질로 장식된 동물그림은 그대로 보전되어 악기의 복원에 큰 도움을 주었다. 복원된 리라 중 런던의 대영박물관 소속의 황소리라(ANE 121198a)2005대영박물관 한국전에서 여왕의 수금으로 소개된 바 있으며,3)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한 다른 황소리라는 바그다드의 이라크 박물관에(IM 8694) 보관 중이다(그림 1).4) 

 

<그림 1> 메소포타미아의 황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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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소포타미아의 황소리라는 8개의 줄을 가지고 있고 높이가 1미터가 넘으며 전체적으로 비대칭을 이루고 있다. 도상학적 자료에는 입식 황소리라의 반절 정도의 크기로 이동하며 연주가 가능한 이동식 황소리라도 있다.

  리라는 이집트에서도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건조한 토양과 기후 덕에 발굴된 많은 자료들은 다양한 유형의 발달사를 보여준다. 가장 많은 음악고고학 자료를 남긴 리라는 신왕국(기원전 1552-1070) 18왕조시대 테베를 중심으로 발달한 낮은 리라’(flache Leier/Flachleier , thin lyre )이다. 낮은 리라는 악기의 울림을 만드는 공명통이 3-4cm 정도로 얇아서 얇은 리라’, ‘낮은통리라로 불릴 수 있다. 독주악기로 사용하기에는 소리가 빈약하다. 모양은 직사각형이나 사다리꼴의 얇은 공명통 위에 두 개의 팔이 비대칭으로 뻗어있으며, 이 두개의 팔을 공명통과 비스듬히 놓인 가로대가 잇고 있다. 5-7개의 현은 가로대와 공명통 하단의 반원형 구리쇠에 고정되어 있다. 연주가들은 더 많이 구부러진 7자 모양의 팔을 위로 두고 90도 꺾어서 가슴에 대고 연주한다. 연주자는 공명통 위에서 손가락으로 뜯거나 채로 연주한다. 테베 무덤의 연주장면에 의하면 리라는 거의 독주로 사용되지 않았고, 류트, 하프 등 다른 현악기들과 자주 어울렸고, 이중오보에와 타악기 등과도 종종 앙상블을 이루었다. 용도로는 제례음악보다는 대부분 오락을 위한 유흥음악으로 더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왕국 후반부에 성행하였던 높은 리라’(tiefe Leier/Tiefleier , thick lyre )는 두꺼운 공명통의 특성에 근거하였으므로 두꺼운 리라’, ‘높은통리라혹은 고공(高共)리라로 부를 수 있다. 높은 리라는 크기와 두께에 있어서 낮은 리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그림 2).5) 베를린 박물관에 보전된 한 높은 리라는 14cm에 이르는 공명통을 가지고 있다. 높은 리라는 팔과 가로대에 나타나는 동물머리 장식이 특징적이며 11-13의 현을 가지고 있다. 높은 리라는 악기의 크기와 무게로 인해 연주자의 상체에 기대어 세워서 연주한다. 용도에 있어서 일상의 삶과 귀족의 연회, 종교적 행사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연주자나 악기의 특성상 이집트에서 중요시 했던 종교적 의미는 별로 갖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2> 이집트의 낮은 리라와 높은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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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에 황소리라만큼 악기가 높아서 두 사람의 연주자가 양쪽에 서서 연주하는 대형리라’(Riesenleier , Giant lyre )를 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18왕조 말 아마르나(Amarna) 시대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다. 전체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대형리라는 메소포타미아의 경우처럼 특별한 동물장식은 보이지 않으며 거의 모든 경우 이집트인과는 복장이 다른 시리아인에 의해 연주되기에 이 시기에 교류가 있었던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악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후왕국(기원전 1070-343) 이후 이집트에 나타나는 낮은 리라는 신왕국의 낮은 리라와는 악기의 형태와 연주법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사각형의 공명통에서 두 팔이 직선으로 뻗어있고 가로대도 두 팔 사이에 직각으로, 즉 공명통과 평행으로 놓여서 전체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기에 대칭 낮은 리라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풍요와 다산의 신 베스(Bes)가 리라를 연주하는 모습이나 여신 하토르(Hathor) 경배행렬에 속해 있는 것으로 보아 낮은 리라와는 달리 종교적 행사 때에 많이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대형리라와 대칭 낮은 리라는 실재의 악기가 발견되지 않아서 도상학 자료와 조형품으로만 해석이 가능하다.   

  리라는 이스라엘 민족도 매우 애용하였던 현악기 중 하나이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물로 남겨진 것은 별로 없고 성경이라는 문서자료가 남아있어서, 악기구조와 형태의 시대적 변화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특징이나 쓰임을 매우 잘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리라는 한글 성경에 수금’(竪琴)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히브리 명칭으로는 키노르(כנור)’이다. 키노르는 비파와 구별되는 대칭형이고 다섯 내지 아홉 줄을 가지고 있다. 연주는 왼쪽 팔에 비스듬히 끼고 오른손으로, 혹은 채로 연주한다. 이집트 후왕국 시대의 대칭 낮은 리라와 자주 비교된다. 키노르는 다윗의 반주악기로도 유명한데, 다윗은 악기를 직접 만들었고 연주도 썩 잘했다. 키노르는 보통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기록에 의하면 솔로몬 왕은 수금을 성전 난간을 짓는 고급재료인 백단목으로 만들도록 하기도 했다(왕상 10:12). 키노르는 성경에 솔로로 10, 비파와 함께 6, 나머지 다른 악기들과 함께 총 41회 언급된다. 다윗이 수금을 가지고 사울왕의 악신을 몰아낸 것은 유명하며(삼상 16:16,23), 성전을 건축할 때 찬양대를 조직하여 신령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단독으로(대상 25:3), 혹은 비파와 제금과 함께(대상 25:1) 사용한 예가 나온다. 시편에서는 수금으로 (43:4), 혹은 다른 악기들과 함께(71:22; 98:5x2; 147:7; 149:3; 150:3) ‘여호와를 찬양하는 예를 여러 번 볼 수 있다. 리라는 이스라엘에서 여호와를 높이고 장엄한 봉헌음악 등에 쓰일 뿐 아니라 세속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아름답고 달콤한 소리를 가진 악기로서 귀족들과 부자들의 연회에서 연주되었다(5:12).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은 키노르가 이집트의 비대칭 낮은 리라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음을 추측케 한다. 기원 후 2세기 중엽 팔레스타인 유대인을 데리고 로마통치하에 반란을 일으켰던 대장 코흐바(Kochba)를 기념하는 동전에 나타난 키노르는 공명통이 둥글고 대칭형인 모양으로 새겨져 있어 이미 그리스와 활발한 문화적인 교류가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리라는 신화적 배경을 가진다. 리라는 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 헤르메스가 만든 악기로 전해진다. 헤르메스는 매우 성장속도가 빨랐는데, 태어난 날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다가 거북이 한 마리를 잡아서 귀갑(龜甲)으로 공명통을 삼고 동물의 창자로 일곱 줄의 현을 달아 악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헤르메스에게 소를 도둑맞아서 화가 난 아폴론이 잃은 소를 찾으려 하자 헤르메스는 리라를 연주하여 그를 매혹시키고 리라와 소를 흥정하였다. 이렇게 리라는 아폴론에게 전수되었고 아폴론에게 리라를 배운 오르페우스는 그 감동적인 연주로 지옥에서 죽은 아내 유리디체를 구해오는데 이 악기를 톡톡히 사용하였다.          

 

<그림 3> 그리스의 거북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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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의 리라는 기원전 14세기 기하학 시대부터 벽화 등 예술품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검은 바탕에 붉은 형상을 그려넣는 정교한 적회식 도자기는 그리스 리라의 여러 종류를 아주 상세하게 전해주어서 악기의 재현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그림 3).6) 신화의 전통에서 유래한 거북리라는 주로 고전시기(기원전 480-323)의 에게해 문명에서 전성기를 이룬다. 거북리라는 공명통이 작고 양팔이 밖으로 굽어 있다. 넓은 의미의 그리스 리라는 거북리라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각진 키타라가 그 대표적인 것인데, 그 화려하고 우월한 모양과 특징 때문에, 명칭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리라와 독자적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시대적으로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리라는 포르밍크스(Phorminx)이고 이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요람키타라가 있다. 이 둘은 넓은 반원형의 공명통을 가지고 있다. 그 밖에 귀갑을 공명통으로 사용하지만 거북리라보다 더 긴 팔과 홀쭉한 모양의 바르비톤(Barbiton)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거북리라가 키타라와 함께 아폴론적인 음악에서 쓰였던 반면, 바르비톤 연주자들은 술잔치에서 노래를 반주하며 취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유일하게 디오니소스 제사에 사용된 현악기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리라는 초기에 3-4현을, 후에는 7현을 사용한다. 전체적인 형태는 예외 없이 대칭을 이룬다.

 

2) 중세와 근대

 

  이미 고대 후기부터 사용이 줄어들기 시작한 리라는 중세 이후 점점 비중이 낮아졌다. 헬레니즘 시대의 둥근 리라는 중세에도 계속적으로 전수되었다(그림 4).7) 둥근 리라는 공명통과 두 개의 팔, 가로대가 이음새 없이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 졌으며, 그리스의 리라처럼 공명통의 바닥뿐만 아니라 양 팔과 가로대의 연결부분도 둥글게 마무리 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길고 가늘어졌다. 둥근 리라는 이전의 리라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줄감개를 가지고 있어 조율이 훨씬 용이하게 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밤베르그 시립도서관에 보관된 11세기의 자료에는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의 둥근 리라를 수직으로 똑바로 세워서 연주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4> 둥근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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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에는 리라가 하프와 혼동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 고대의 리라 외에도 다양한 현악기의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피델(피들)에서 발달한 리라 다 브라치오나 리라 다 감바, 오늘날에도 그리스의 민속악기로 사용되는 크레타 리라 등을 들 수 있다. 사람의 키만큼 길어서 두 사람이 무릎에 세워놓고 회전접촉쇠의 원리에 의해 소리가 나는 회전리라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리라를 포함한 고대의 현악기는 음향 면에서 근대의 현악기와 비교할 수 없기에 연주장에서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근대에 와서 간혹 고대의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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