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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
트루바두르 [troubad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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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국음악연구소

등록일자 : 초기자료


트루바두르 [troubadour]

 

트루바두르는 남프랑스 지역인 프로방스 지역을 중심으로 11세기부터 활동했던 시인 음악가들을 지칭한다. 그 용어 자체도 프로방스 언어로서 발견하다또는 ‘(시를) 짓는다는 의미의 ‘trobar’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근래에는 2가지 이유에 근거하여 그들의 활동반경이 프로방스에 국한되지 않은 좀 더 폭넓은 것이었다는 주장도 나와 있다. , 아퀴테인(프와테에‘Poitier’)과 북부 스페인 등 프로방스 지방과 관련이 없었던 트루바두르가 오히려 더 많으며, 그들이 시에 사용한 언어인 랑그 도크’(langue d'oc)도 프로방스를 훨씬 넘어서는 넓은 지역에서 통용되었다는 것이다

트루바두르는 2600여개의 시를 남겼으나, 선율은 이것의 1/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들도 한 세기 이상 뒤늦게 기록된 것이다. 36개의 필사본 가운데 선율이 기록된 것은 4권뿐이고, 이 가운데 2권은 트루베르의 노래들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트루바두르의 노래는 대부분이 장절형식으로 불리므로, 한 선율이 여러 시에 붙여졌을 수도 있기는 하다.

트루바두르의 노래들은 12세기 중엽부터 13세기 초에 절정에 달하나, 1209년 교회가 남프랑스의 종교적 이단자(Albigensian Heresy)들을 소탕하는 와중에 갑작스런 소멸을 맞는다. 생존한 트루바두르는 북부 이태리와 스페인 궁정 등에서 후원자를 찾는다. 최후의 트루바두르는 스페인에서 짧은 생애의 대부분을 살았던 프로방스의 시인 기로 리퀴에(Guiraut Riquier, 1230-1292)로 알려져 있다

 

(1) 시기별 분류

 

최초의 트루바두르는 푸아티에(Poitier)의 백작이며 아키테인의 공작이었던 기욤 다키테인 9(Guillaume d'Aquitaine, 1071-1127)로 알려져 있다. , 그의 저택을 중심으로 하여 귀족이나 기사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서 여성에 대한 사랑이나 십자군의 정신을 노래한데서 트루바두르 예술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12세기 중반부터는 중세 프랑스 문학의 황금시대와 함께 전성기를 맞이하여 점차 교양 있는 시민 계급으로도 퍼져 갔으며, 간혹 종글뢰르 출신으로서 트루바두르로 승격된 경우도 있다. 종글뢰르는 천민 계층의 예인들이다. 그들은 흔히 만능연주자인 동시에 어릿광대, 이야기꾼, 조련사 등의 역할도 겸비했는데, 13세기에는 경우에 따라 조수를 가진 사람도 등장하며 간혹 존경받는 시민으로서의 트루바두르로 승격한 경우도 생기게 된 것이다. 중세 후기로 가면서 도시문화의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계급의 유동화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트루바두르들 가운데 도합 460명 정도가 이름을 남겼으며(선율도 기록되어 있는 사람은 42명에 불과), 그들의 생애(‘vida')와 작품의 배경('razo')이 기록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 그 내용을 전부 사실로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다음은 대표적 트루바두르들을 발전시기에 따라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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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트루바두르 가운데는 18명 정도의 여성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귀족으로서 다른 트루바두르들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대표적 인물로는 베아트리츠(Beatritz, Comtessa de Dia. 1163 사망), 티보 랭보(Tibors Raimbaut, 1130-1182), 가르센다 드 포르달퀴에(Garsenda de Fordalquier: 1170-1257) 등이 있다.

 

(2) 유형과 형식

 

트루바두르 단성 노래의 유형은 시의 유형에 따라 다양하나, 형식은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장절 형식으로서 가장 폭넓게 쓰인 것이다

-둘째는 이 형식의 변형으로 볼 수 있는 래스(Laisse) 형식이다. 마지막 시행이 장절 형식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서, 흔히 후원자에게 바치는 특별한 시행(.envoi, envoy[앙브와]; 프로방스.tornada[토르나다])을 위해 별도의 선율이 붙어 있는 경우가 주로 여기에 속한다. 이 끝부분에는 흔히 세쿠엔치아와 마찬가지로 한 선율에 두 행의 가사를 붙이는 이중시행 구조가 사용되어 있다

-셋째는 세쿠엔치아 형식. 같은 선율에 두 개의 시행(詩行) 붙고, 두 개의 그룹이 이를 번갈아가며 노래한다. 일련의 이중시행(二重詩行)이 발생하는데, 이 이중시행들의 앞과 뒤로 다같이 부르는 독립된 시행으로 시작하고 마감한다(: a bb cc dd e, 참조: 세쿠엔치아 항목의 첫 악보 Victimae paschali laudes).

-넷째는 AAB 형식이 특히 연가와 관련되어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 형식도 장절 형식의 큰 틀에서 세부적 형식으로 적용되어 있는 것이다(, 한 연을 단위로 한 AAB의 반복). 덧붙여, 연가는 비정형적인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사실 많다.

-다섯째는, 후렴구가 있는 노래 형식(Refrain-song)인데, 트루바두르의 음악 중에서는 가장 비중이 약한 것이다(각 연의 끝에서 반복된다). 그리고 이것들도 여러 연을 갖고 있는 경우는 크게 장절형식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베르(vers)

베르는 1150년경까지 트루바두르의 노래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던 말이다. 1150년 이후에는 베르가 크게 둘로 세분화되는데, 캉소와 시르방트가 그것이다. 그리고 차차 유형들이 더욱 다양해진다. 베르는 일관노래 형식으로 출발한 것으로 보이나, 캉소(AAB 형식)의 형식과 뒤바뀌어 있는 경우도 많아 서로 구별하기가 불가능할 때도 많다. 대표곡으로는 조프르 뤼델(Jaufre Rudel) 왕자의 <분수가 흐를 때>(Quan lo rius de la fontana)등이 있는데, 이 곡도 베르로 분류되어 있는 곡이지만 캉소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캉소, 칸쪼, 또는 샹소(canso, canzo, chanso)

캉소는 궁정의 사랑전통의 시작을 의미하는 연가를 뜻한다. AAB 3부분 형식의 선율이 여러 연(5연이나 그 이상)에 걸쳐 장절적으로 불려지는데, 흔히 B 선율 속에 A 선율이 부분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의 끝에는 1-2행의 짧은 토르나다가 붙는다. 북프랑스에 트루바두르 노래를 전파시키기도 한 베르나르 드 방타도른(Bernart de Ventadorn)의 캉소 <상심하였네>(Be m'an perdut)AAB구조의 선율에 6연이 장절적으로 불리고 끝에 토르나다가 붙어 있는 캉소의 전형적인 예이다. 다음은 그 가운데 첫 번째 연을 보여준다.

 

<상심하였네>(베르나르 드 방타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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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타도른 땅에서 상심하였다네.

친구들이여, 나의 여인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

그녀는 쓴 맛을 안겨 주었네.

왜 어둡고 화난 얼굴을 하는지 알아봐 주게.

나의 기쁨은 그녀를 사랑하는 것.

나를 비난할 아무 이유도 없는데.

번역가사:김방현 역(Carl Parrish ), 초기 서양음악의 보물(서울: 삼호출판사, 1989), 36쪽에서 인용.

 

위의 선율을 보면, ababcdb(같은 색깔은 같은 선율을 의미)의 구조를 갖고 있는데, 크게 보면 AAB의 형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토르나다는 6연 뒤에 붙어 있어 위의 예에서는 볼 수 없으나, 그 선율은 B(cdb)의 선율에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선법은 교회선법에 속하지 않는 이오니아로 되어 있다.

캉소는 12세기 말까지는 베르와 구별 없이 쓰이기도 했기 때문에, 베르처럼 통절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베르나르 드 벵타도른의 <내가 종달새의 날갯짓을 보노라니>(Can vei la lauzeta mover)와 폴케 드 마르세일라의 몇몇 캉소(Ja no.s cuich hom)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다음의 예는 그 가운데 마르세일라의 캉소 하나를 보여준다.

 

내가 종달새의 날갯짓을 보노라니(Can vei la lauzeta m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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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르방트(sirventes)

시르방트는 성주(城主)에 대한 '봉사의 노래'로 출발하나, 차차 사랑에 대한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풍자나 조소에 가까운 것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에뉘(enueg: 아래의 참조)라는 노래의 유형과 유사하게 된다. 그리고 애도가(아래의 참조)라는 유형도 크게는 시르방트에 포함될 수 있다

시르방트는 흔히 장절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간혹 캉소의 선율에 가사만 새로 붙인 경우도 있다. 시르방트의 대표적 트루바두르는 25편 정도를 남긴 베르트랑 드 보른이다(D'un sirventes no motz cal far ).

 

에뉘(enueg)

에뉘는 독립적인 유형의 노래는 아니다. 풍자나 조소, 또는 사회적 여건에 대한 개인적 울분 등의 노래로서 시르방트와 매우 유사하나, 가사의 중간 중간에 에뉘’(불쾌, 또는 불쾌한 것)라는 단어가 삽입되어 있을 때에는 에뉘로 구별된다. 또한 이러한 노래 중에는 통절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탕소(tenso) 

탕소는 논쟁적인 대화체의 노래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인과 연인 사이의 논쟁을 노래한 페롤의 <사랑이 정말 떠날 때>(Quant amors trobet partit) 등이 있다

 

파르티망 또는 조 파르티(partimen, joc partit)

탕소와 마찬가지로 논쟁적인 대화체의 노래를 의미한다. 탕소와 다른 점은 노래를 시작할 때, 논쟁에서의 어떤 견해 쪽을 맡을지 정하는 과정이 있으며, 흔히 끝부분에서도 판정관이 참여해 마무리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파스토렐라(pastorela)

기사와 양치기 처녀의 전원적 이야기가 주제인 노래이다. 흔히 기사의 유혹이 있고 가족이나 주변에서 그 처녀를 구해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장절 형식이 많으나, 예외적인 것도 있다. 1140년경에 쓴 마르카브뤼(Marcabru)<어느 날 산울타리 옆에서>(L'autrier jost'una sebissa)가 최초의 파스토렐라로 알려져 있는데, 부분적으로 반복구조를 갖는 장절 형식으로 되어 있다(14연에 걸친 ababccd 형식의 반복). 무명씨의 <그 날 나는 일어났지>(L'autrier m'era levatz)도 역시 반복구조를 갖는 장절 형식(aabcaabcdeabc의 반복)을 보여준다. 다음은 그 첫 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 날 나는 일어났지>(L'autrier m'era lev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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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파스토렐라를 보면, 서술적인 이야기에 걸맞은 낭송에 가까운 선율적 진행이 지배적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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