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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 Postmode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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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영. postmodernism, 도.Postmoderne)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 철학과 문화ּ예술 전반에서 많이 논의되었던 개념 중의 하나로서, 특히 철학적ּ예술적 관점에서 당대를 설명하는 틀로 사용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가 건축 및 문학 등 다른 예술에서 시작되고, 그 사상적 기반이 철학의 분야에서 연구됨에 따라, 이러한 시대적 영향하에 음악에서도 -비교적 늦은 시점인- 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음악 분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특히 20세기 후반의 음악 경향과 연관되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1) 전반적 이해
포스트모더니즘은 건축, 문학, 철학 등 각 분야마다 독특한 특성을 보이며 전개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 정립에 있어 기본적인 모델로 설명된 건축에서는 기능주의적이고 효율성을 강조한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비판과 도전으로 이해되었다면, 문학에서는 작품의 독창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를 새로운 맥락에서 재결합시키는 “상호 텍스트성”이라는 특성이 부각되었고, 철학적 관점에서는 그 동안 서양 역사를 이끌어왔던 이성 중심주의와 보편주의 형이상학의 전통에 대한 반발로 규정되었다. 물론 각 분야의 개별적 특성은 <다원주의/ 복수성(複數性)>, <경계 허물기>, <전체성 또는 총체성에 대한 반발> 등 공통적 분모를 기반으로 전개되었다. 그렇지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개념 규정은 매우 다양하며, 때로는 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한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단어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모더니즘 이후 post-moderne”라는 의미를 지니는 모더니즘의 상관개념이므로, 모더니즘과의 관계규정에 따라 상반된 견해가 나타난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상호 관련성은 1) 계승적 관계, 2) 발전적 관계, 3) 대립적 관계, 4) 적대적 관계 등으로 세분화되는데, 이는 크게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을 연속적 관계로 보느냐, 아니면 단절의 관계로 보는가, 그리고 이 두 입장을 받아들이는 절충적 관계로 보는 가로 나뉜다(김욱동, 1991; 184쪽).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에도 그대로 연결되는 이 문제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해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계승이나 논리적 발전으로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후기 현상 또는 모더니즘의 극단적 발전 형태로 이해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논리적인 면에서 극한점으로 밀고 나간 것이며, 이 두 개념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Gerald Graff, Daniell Bell, Frank Kermode). 이에 따라 포스트모더니즘의 독자적 의미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때로는 포스트모더니즘 개념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반(反)모더니즘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과의 의식적 단절이나 비판적 반작용으로 보면서, 이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서 그 독자성을 강조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피들러의 논문 「경계선을 넘고 간격을 좁혀라」(1967)에서는 이러한 단절이 확실하게 주장되었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모더니즘의 죽음의 고통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출생의 산고를 겪으며 살아왔고 ...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겪으며 살고 있다. 자신들을 스스로 ‘모던’이라는 이름으로 자처하던 유형의 문학은 ... 이제 사망하였다”(L. Fiedler, 1977). 포스트모더니즘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그리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뒤이어 나타난 급진적으로 새로운 사상 및 예술전통으로, 앞의 경향과 뚜렷하게 구분되어 그 나름대로 독특하고 고유한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Douwe W. Fokkema, Irving Howe, Leslie Fiedler).
반면 이러한 상반된 견해를 포괄적으로 받아들이는, 즉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지속인 동시에 단절의 현상으로 파악하는 절충적 입장이 있다(I. Hassan, M. H. Abrams, A. Huysen).  젱크스(Charles Jencks)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포스트 모더니즘은 반反 모더니즘도 반동적인 것도 아니라”라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모더니즘 또는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차이를 뚜렷이 강조한다(Ch. Jencks, 1992; 10쪽). 벨쉬(Wolfgang Welsch)도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방대한 저서의 제목을 [우리의 포스트모던한 모더니즘 ](Unsere postmoderne Moderne, 1991)이라 붙이면서,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을 연속선상에서 이해한다. 이러한 견해를 “절충적”이라 비난할 수 있지만, 다원성과 상대성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경우에 있어서 이러한 접근방식은 그리 모순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을 포함한 모더니즘의 기본 원리를 논리적으로 계승하여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경향이며, 다른 한편으로 모더니즘에 내재하는 한계와 모순을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경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모더니즘의 <연속> 그리고 <대립>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각각 이 개념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2)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적 배경
1980년대 들어 음악학 분야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논의들은 주로 70년대를 전후로 나타난 20세기 음악 경향의 변화를 주목하면서 시작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음악학에 처음 적용시킨 코놀트(Wulf Konold)는 70년대 초반에 나타난 음악적 변화와 이 개념을 연결시켰다(W. Konold, 1982; 77쪽). 50년대를 총렬음악과 전자음악으로, 60년대를 즉흥연주, 우연성 음악, 알레아, 음색작곡으로 특징지으면서, 코놀트는 70년대 초반에 작품과 개인을 묶어주는 어떤 연결성도 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70년대 나타난 경향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명명되는 새로운 시기로 규정한다. 다누저(Hermann Danuser)는 20세기 음악사의 시대 구분을 시도하면서, 1975년에 또 다른 시대구분의 경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하였다(H. Danuser, 1987; 207쪽). 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아방가르드와 모더니즘과의 결별”이 동시대 작곡가들의 중심 패러다임으로 등장했고, 여러 대립적 경향이 공존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다누저는 이를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결하여 논의하였다(H. Danuser, 1991). 더 나아가 디벨리우스(Ulich Dibelius)는 「음악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1989)이란 글에서 70년대 중반 이후의 특징적 발전경향을 고려할 때, 포스트모더니즘을 음악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하였다(U. Dibelius, 1989; 6쪽). 그는 이 시기에 20세기초부터 진행된 역사적 발전과정이 단절되었으며, 지금까지 적용된 예술의 목적, 즉 진보가 (잠재적으로) 종말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방가르드 경향이 약해진 이 시기의 포스트모던적 음악을 “새롭게 강화된 주관주의”의 특징으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음악적 상황에서 70년대에는 -초반이든 중반이든- 그 이전과 다른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이 음악에서 논의되었을까? 제2차세계 대전 이후 나타난 음악의 특성이라면 한편으로 다름슈타트를 중심으로 발전된 총렬주의와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케이지를 중심으로 드러난 우연성 음악을 포함한 일련의 아방가르드적 경향을 언급할 수 있다. 특히 2차대전 이후에 다름슈타트를 중심으로 전개된 총렬음악(total serialism)은 50-60년대 음악의 창작과 사상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의 논리적 사고를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음의 간결함과 집중성 그리고 외형적 경제성을 보여주었던 베베른의 음악적 특징을 받아들인 당시의 전후 세대 작곡가들은 음높이ּ리듬ּ셈여림ּ음색 등 가능한 음악적 요소를 통제하는 총렬음악을 발전시킴으로서, 전통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추구하였다. “머리 속에 내재한 전통적 음악에 대한 기억”이 파고들 여유가 없도록 주관적 사고를 배제하고, 극단적인 이성적 규칙에 의해 구성되는 총렬음악은, 다양한 실험정신에 의해 새로운 예술 형태를 추구했던 아방가르드 경향과 함께 <전통>과 대립되는 경향을 대변하였다. 
그런데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총렬음악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었고, “과격한” 아방가르드적 현상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베리오(L. Berio)는  총렬음악이 잘 짜여지고 영리하게 모방된 사물을 만드는 대량 생산품 같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음악은 형식주의적이고 도피적인 기법이라 비판하였고, 많은 작곡가들이 총렬음악 양식을 떠났다. 총렬음악의 대표 주자였던 슈톡하우젠이나 불레즈 자신도 다른 양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실험정신에 의한 새로움의 추구에 식상한 작곡가들은 6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협주곡, 오페라 등의 전통적인 음악형식과 장르에 관심을 보이거나, 인간의 주관과 내면성에 호소하는 표현성있는 음악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림(W. Rhim)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단순성 Neue Einfachheit>의 경향에서는 감정과 주관에 호소하는, 이해하기 쉽고 듣기 좋은 음악을 추구하여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였고,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최소음악>( Minimal music)에서는 즉흥연주 실제와 인도의 음악전통에 영향을 받아, 예술가의 의도를 축소시키고, 소수의 짧은 멜로디 또는 리듬적인 모델의 반복으로 구성된 작품을 통해, 전통적 '발전' 개념에 대립되는 작품의 구성을 보여주었다. 교향곡, 오페라, 실내음악 등 전통적 장르가 새롭게 활기를 띠게되었고, 아방가르드적 경향을 추구했던 록버그(G. Rochberg), 폔데레츠키(K. Penderecki), 리게티(G. Ligeti) 등의 작곡가들이 <신낭만주의>, <신조성주의> 등의 경향으로, 즉 전통적 낭만음악과 조성음악으로 복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특히 작곡가 록버그는 진보적 사고에 얽매인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아방가르적 예술로부터의 방향전환을 요구하며,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변화 이론에 영향을 받아,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즉 이러한 일련의 새로운 시도들은 20세기 신음악을 지배했던 경향과는 매우 다른 측면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된 저자들이 주장했듯이- 20세기 역사의 새로운 구분점을 잡아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동시대적 예술개념을 적용하게 된 배경을 이룬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개념적 접근
기본적으로 “음악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는 배경에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70년대 음악적 경향의 뚜렷한 변화에서 출발하지만, 20세기 음악문화를 이끌었던 모더니즘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견해는 다르게 나타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반(反)모더니즘으로 이해하는 경우는, 70년대 이후의 음악을 그 이전의 음악과는 양식적/미학적으로 뚜렷하게 구분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이 시기의 총괄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독자적 가치를 인정하는 듯 하지만, 특이하게도 음악의 분야에서는 이러한 시각이 오히려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의 비판으로 이어졌다(H. de la Motte-Haber). 다른 한편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연속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다른 음악적 경향과 함께 공존하는 20세기 음악의 한 경향으로 본다. 20세기 음악 전반을 개관할 때 모더니즘적 음악경향(합리성, 역사성에 근거한 음악)과 함께 언제나 이와는 대립적인 경향이 존재했고, 포스트모더니즘도 그 가운데 한 경향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더니즘의 연속적 측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입장은 동시에 -모더니즘과 대립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특징을 부각시킨다. 그러므로 이 경향은 -앞에서 언급한- 절충적 개념에 가깝다하겠다(H. Danuser).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연속선상에서 설명하고, 그 대립적 요소를 특징으로 내세우는 견해들은 오히려 음악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음악에 “포스트모더니즘”을 적용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견해도 있으며(C.-S. Mahnkopf, 1989; 123쪽 이하), 음악에서 모더니즘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상이라면서 “모더니즘에 대한 변론”을 펴는 학자들도 있다(K. Boehmer, 1989; 6쪽 이하). 여기서는 음악에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견해와 이와는 반대로 ‘시대 또는 미학적 특성’으로서 이 개념을 인정하는 견해를 살펴보겠다.
음악에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 현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에 근거한다(J. Habermas, 1988; 177쪽 이하). 그는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적 예술에 나타나는 반(反)모더니즘적 특성, 즉 계몽주의 구상의 거부, 비이성적 특성, 전통적 감정미학의 부활, 복합적 작품 시학의 후퇴, 아방가르드 예술사상의 퇴각 등을, “회고적인 신보수주의”에 의한 결과로 본다. 모더니즘을 “미완성의 계획”으로 본 그에게 예술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매우 비하적인 시각에서 설명된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음악학자 드 라 모트 하버(Helga de la Motte-Haber)로 이어진다. 드 라 모트 하버는 70년대 중반 이후 교향곡, 현악4중주 등 전통적 장르가 다시 작곡되고, 낭만적 음악양식이 20세기 음악에 접목되며, 신음악에 나타났던 충격이 사라지고, 새로움에 대한 가치 추구가 희미해진 경향을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오늘날 보수적 사상에 상응하여, 새로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음악을 의미한다”고 말한다.(H. de la Motte, 1989; 56/62쪽). 또한 “경계를 허물자”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는 개념이 변화되면서, 모든 이들을 위한 예술이라는 개념으로 와전되어, 예술에서의 소비성과 상업성을 부축이게 되었고, 대중의 취향에 예술이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즉 드 라 모트 하버는 모더니즘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을 “개혁에 제동을 걸고있는” 음악경향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이렇듯 모더니즘과 대립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음악은, 모더니즘적 시각에서 일종의 “도피” 또는 “회피”로 평가된 것이다.
그렇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을 음악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급진적 모더니즘의 대표자들이 방어를 해야하는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고 하면서, 음악에서의 새로운 방향전환을 주장한다. 즉 음악적 흐름은 단순히 포스트모더니즘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변환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속하는 다누저(H. Danuser)를 비롯한 일련의 학자들은 70년대 전후 음악에 나타나 80-90년대에 음악에서 주류를 이루는 새로운 특성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측면에서 설명함에 있어서, 이것이 모더니즘에 대립된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변화된 형태로 이해하려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누저는 “오늘날의 모더니즘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e als Moderne der Jetztzeit)이라는 용어로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을 설명하면서,  -창작의 측면에서-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언급한다(H. Danuser, 1991): 첫째,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은 과거의 역사적 요소를 음악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이로서 다각적 코드에 의해 음악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작품을 인용하고, 이러한 요소를 꼴라쥐 기법으로 엮어나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은 예술 음악과 저급 음악의 큰 간격을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아도르노의 역사철학적 미학에 의해 극복할 수 없는 대립관계로까지 치달았던 이 두 영역이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아방가르드 경향의 회복을 의미한다. 뷰르거가 확립한 역사적 아방가르드 운동에서는 무엇보다도 합리적으로 근거된, 실험성이 강한 아방가르드 모델이 제시되며, 여기서는 인용ּ꼴라쥐ּ몽타주 같은 테크닉이 유기체적 미학에 근거하여 연관성 속에서 작품을 구성하는 작품미학 사상에 대립하여 나타난다. 즉 전체성, 또는 통일성에 대항하는 특성이 아방가르드에 속하는데, 이러한 요소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계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리오타르가 내면적 개방성, 한계 없는 다양한 연결가능성, 실험적 특성 등 때문에 아방가르드를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의 모범적 전형으로 설명했듯이, 아방가르드적 음악은 포스트모더니즘적 다양성 속에서 종말을 이룬 것이 아니라, 논란의 여지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종합하면서,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심은 무엇보다도, 음 언어에서 통일적 진행을 지양하는 다양성(다원주의 Pluralismus) 사상에서 드러난다고 다누저는 정의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음악적 현상으로서 수용하는 또 다른 입장은 음악학자 부데(Wolfgang Budde)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모더니즘과의 관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규정하기보다는, 다원주의라는 특성 자체에 관심을 갖고, 이를 “오늘날(70년대 이후)”의 음악현상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러한 의도는 논문 제목 “모더니즘의 다원주의 그리고/또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이미 읽을 수 있다. 즉 부데는 오늘날의 현상을 모더니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오늘날 음악현상에 나타난 역사적 변화를 주시하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세기 음악사의 흐름을 세 부분으로 구분하였다(E. Budde, 1993; 50쪽 이하): 첫째, 쇤베르크와 신음악(Neue Musik)으로 대표되는 역사주의; 둘째, 50·60년대에 나타난 역사의 구조성 또는 구조화된 역사주의; 셋째, 오늘날의 다원주의 현상에서 드러나는 구조화된 역사주의의 상실. 즉 20세기 초반기에 나타난 새로움의 추구가 전통을 벗어나는 파격을 보여주었음에도 그 이전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또한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총렬음악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듯이 모든 전통적 요소에서 개방된 가치중립적 음악재료를 중시하면서 -전통적 의미에서의- 역사의 중립화 현상을 낳았으며,  새로운 재료와 이론, 사상으로 구조화된 역사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조적 역사조차도 70년대 이후에는 상실되었다. 음악은 다원주의와 연결되었고, 게다가 과거의 음악을 수용하는 다원주의까지 나타남으로써, 역사성 자체의 의미는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즉 작곡가 개개인은 역사적 연관성 또는 다른 작품과의 관계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찾지 않고, 자신 고유의 표현 형식들을 제각기 추구함으로써 음악에서는 다양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부데는 이러한 음악적 상황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해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0세기 전반기의 모더니즘을 역사주의 시대로 이해한다면, 드러나는 역사의 종말은 실제에 있어서 모더니즘의 종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의 종말은, 현재가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예술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는 오늘날 음악적 현상에 나타난 다양성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표현으로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그것을 정말 거리낀다면,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예감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음악적 현상에 나타난 다양성은 단순히 음악적 표현 형식에 대한 욕구로 나타난 것은 아니고, 이러한 다양성 속에 -우리는 아직 잘 모르지만- 영적인 그리고 인간적-감정적 실존의 형식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위의 글; 62쪽).
이렇게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의 이해 및 이에 대한 입장은 -다시금-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논의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음악에서 비판적으로 보는가 아니면 긍정적으로 보는가의 문제를 접어두고- 이 개념 자체가 음악에서, 특히 70년대 이후 음악에서 간과될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유럽의 음악학계에서 심포지엄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적용가능성, 의미, 문제점 등을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연구를 통해 20세기 후반의 많은 작곡가들이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주장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적 작곡가로는 베리오(L. Berio), 짐머만(A. B. Zimmermann) 등이 논의되는데, 베리오의ּ신포니아ּ 짐머만의 [병사이야기]는 음언어의 다원적 층구성과 인용의 측면에서 이미 60년대 후반에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된다(E. Budde, 1972; H. d. l.. Motte, 1990). 그리고 급진적 아방가르드적 경향에서 출발하였지만, 전통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은 리게티와 펜데레츠키는 이 경향의 대표적 작곡가로 설명된다. 특히 펜데레츠키는 자신의 음악에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성이 나타남을 스스로 시인하였을 뿐만 아니라(객석 1992 9월호, 52쪽), 이론가에 의해 “음악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창시자”라고 불리기도 하였다(U. Dibelius, 1989). 더 나아가 주관적 표현에 주력한 볼프강 림(W. Rhim), 트로얀(M. Trojan)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전통을 새로운 음악의 창작에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음악에 대한 음악>을 주장하는 루치츠카(P. Luzicka)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적 작곡가로 평가되고 있다(Th. Schäfer, 1995).
미국에서는 뚜렷한 양식변화로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을 선도하는 작곡가로는 록버그(G. Rochberg), 크럼(G. Crumb) 등이 꼽힌다(H. Weber, 1989). 그리고 미니멀음악의 작곡가인 라이히(S. Recih), 릴리(T. Riley), 영(L. Young), 글래쓰(Ph. Glass) 등도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부류로 설명되며(E. Salzmann, 1988; 221쪽), 후기 낭만주의의 맥락을 이어온 맥밀란(J. Macmillan), 모오(N. Maw) 등과 뉴 심플러서티 경향의 스켐턴(Howard Skempton) 등도 포스트모더니즘적 맥락에서 논의된다. 더 나아가 케이지의 음악도 -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연관성의 맥락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성과 연관되어 설명되기도 하였다(H. Danuser, 1993). 즉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은, 단순히 시대경향에 따른 이론적 발상이라기 보다는,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다양한 유형의 작품에서 그 근간을 이루는 실체로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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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자: 2004-04-03
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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