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Op. 64, e단조
19세기 음악가들 가운데 가장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멘델스존의 음악적 경향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 중에 하나가 바이올린 협주곡 op. 64일 것이다. 이 작품은 멘델스존이 1838년 작곡할 계획을 세우고, 그의 친구이자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이던 페르디난드 다비드(Ferdinand David)의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1844년 9월 완성하였다. 1845년 3월 13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과의 협연으로 페르디난드 다비드에 의해 초연된 이 협주곡은 기교적인 면이나 곡의 진행에 있어 근본적으로 고전주의 시대의 협주곡의 유형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19세기 전반기에 일반적인 협주곡들이 기교적인 연주를 부각시키는 것이 유행이었던 반면에, 이 작품은 이러한 당시의 협주곡 유형을 따르지 않고 작곡가의 의도와 연주가의 의도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체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작곡자인 멘델스존은 각 악장을 독특하게 부각시키기보다는, 모든 악장들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기 위해 구상하였다. 이렇게 협주곡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했기 때문에, 원래 이 곡의 연주는 악장의 구분 없이 이어서 연주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악장을 나누어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op. 64의 제1악장은 e단조의 조성을 가지고 2/2박자, 소나타악장형식으로 작곡되었다. 전체적인 형식구조를 크게 나누어 보면 제시부 - 전개부 - 카덴짜 - 재현부 - 코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다른 일반적인 협주곡들과 비교했을 때 특이한 점은 카덴짜가 전개부와 재현부 사이에 놓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실은 멘델스존이 악장간의 원활한 연계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부분의 세부적인 면을 살펴보면, 우선 제시부는 처음부터 제169째 마디까지 진행되며, 현악기 그룹의 펼친 화음 위에 목관악기 및 팀파니의 연주를 토대로 독주 바이올린이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의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 같이 처음부터 주제가 제시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협주곡들이 서주를 가진 것과 비교해 매우 드문 일이다. 제1주제는 몇 번에 걸쳐 반복되며 차츰 기교적이고 화려함을 보이다가, 제47째 마디부터 오케스트라에 의해 튜티로 웅장하게 연주된다. 제1주제가 화려하게 연주된 후 제73째 마디부터 전개부가 시작되는 제168째 마디까지를 경과부로 볼 수 있으며, 이 부분은 다시 크게 2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특이한 점은 경과부에서 멘델스존은 제2주제라고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선율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이후 전개부에서 제1주제와 더불어 이 협주곡의 화려한 진행에 일조를 하게 된다. 제73째 마디부터 오보에와 제1바이올린에 의해 경과부의 모티브를 제시하고, 제77째 마디부터 제130째 마디까지에 걸쳐 독주 바이올린이 기교적인 면을 보이며 연주한다. 그리고 이어서 제 131-168째 마디에서는 클라리넷에 의해 제시되는 G장조의 제2주제를 토대로 독주 바이올린과 플루트, 클라리넷 그리고 이어서 현악기군과 앙상블을 이루며 진행한다.
제168째 마디부터 시작되어 제298째 마디까지의 전개부는 우선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제1주제가 연주된 후, 오케스트라가 주로 주제의 동기를 연주하는 동안 바이올린은 기교적인 연주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주는 제299째 마디부터 시작되는 카덴짜(제299-334째 마디)에서 아르페지오와 트릴을 중심으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멘델스존에 의해 직접 붙여진 이 카덴짜에 이어 제335째 마디부터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가운데 플루트와 클라리넷에 의한 제1주제가 등장하며 이 악장의 재현부가 시작된다. 이어서 오케스트라에 의해 경과부의 선율이 연주되고, 독주 바이올린은 이것을 반복한다. 제1악장의 마지막 부분인 코다는 제474째 마디부터 시작되어 제528째 마디까지 연주되는데, 상대적으로 짧지 않은 이 코다에서 우선 제1주제가 등장하고 독주 바이올린은 기교적으로 화려한 연주를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템포가 더욱 빨라지며 경과구의 선율이 이용되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정열적으로 곡을 끝낸다.
안단테의 느린 악장인 제2악장은 C장조의 조성을 가지고 있으며, 6/8박자의 3부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느린 악장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악장도 멘델스존의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선율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서정적인 경향은 앞의 제1악장에서 연결되어 연주되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단지 빠르기만 달리 한 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는 것이다. 제2악장의 각 부분을 살펴보면, 제1부(제529-579째 마디)는 제1악장에서 계속 이어지는 파곳의 선율을 통해 C장조의 조성을 확립한 후, 제537째 마디부터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주제선율이 오케스트라 반주 위에 연주된다. 제2부는 제580째 마디부터 시작되며, 오보에와 파곳 그리고 제1바이올린 파트가 연주한 선율을 독주 바이올린이 장식하며 변주한다. 제3부는 제607째 마디부터 637째 마디까지이며, 앞의 제1부에서의 연주 패턴을 그대로 받아 오케스트라의 장식적인 반주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연주한다.
소나타악장 형식으로 구성되었으며, 4/4박자 e단조로 이루어진 마지막 악장인 제3악장은 앞의 제2악장의 분위기에서 빠르고 경쾌한 악장의 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해 14마디 분량(제638-651째 마디)의 발랄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서주를 연주하며 시작된다. 제652째 마디부터 제748째 마디까지 진행되는 제시부는 E장조의 조성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힘찬 팡파레와 아르페지오로 연주되는 독주 바이올린에 의한 도입부가 연주된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제660째 마디에서 밝고 명랑한 느낌의 제1주제가, 제706째 마디에서는 제1주제의 리듬을 바탕으로 구성된 제2주제가 제시된다. 이 두개의 주제 선율 이외에도 전개부(제749-783째 마디) 안에서 또 하나의 선율이 제시되는데, 이 선율은 약간은 무게감이 있고 엄숙한 느낌이지만 한가로운 분위기를 보인다. 재현부(제748-848째 마디)에서는 다시 처음에 제시되었던 제1주제가 중심으로 연주되고, 코다(제849-885째 마디)에서는 오케스트라에 의한 제2주제가 연주되고 난 다음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며 힘차고 정열적으로 곡을 마친다.
등록일자: 2005-08-01
차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