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사전 한독음악학회
페로탱(Pérotin[us], ?-13세기전반)
- 출생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음(12세기 후반부터 파리에서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됨).
- 페로탱에 대한 언급은 13세기 중ㆍ후반에 쓰여진 다음의 두 이론서에 나타나 있는 정도임.
- 1275년경 파리 대학에 머물고 있던 영국인 ‘무명씨 IV’(Anonymous IV)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론서인 『멘수라와 디스칸투스』(De Mensuris et discantu), 파리 대학에서 활동했던 가를란디아(J. de Garlandia)의 이론서인 『리듬이 측량되는 음악』(De mensurabili musica).
- 이 두 이론서는 페로탱의 업적과 그의 곡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패로탱의 음악적 성장에 대한 정보는 전혀 실려 있지 않음.
- 1280년부터 노트르담 성당(Notre Dame Cathedral)에서 봉직한 것으로 추정됨.
- 13세기전반 파리에서 사망.
『멘수라와 디스칸투스』에서 ‘최상의 디스칸투스 작곡가’(optimus discantor)로 칭송된 페로탱의 음악적 업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레오냉(Léonin)의 2성부 오르가눔(organum) 중 일부를 3-4성부로 편집・보완했고, 둘째, 멜리스마적 오르가눔을 독특한 형태의 ‘노트르담 오르가눔’으로 전환시켰으며, 셋째, 그 외에 콘둑투스(conductus), 클라우술라(clausula), 모테트(motetus)를 작곡한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발전에 맞추어 리듬 표기법에 대한 원초적인 시도, 즉 모드리듬(Rhythmic Modes) 기보법을 적용시킨 점이다.
먼저, 페로탱에 의해 3-4성부로 확대된 오르가눔에서는 상성부들의 진행이 리듬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아직 성부 간에 차별성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명씨 IV’는 페로탱이 기존 오르가눔을 수정한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오르가눔을 작곡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4성부 오르가눔 2곡과 3성부 오르가눔 2곡의 제목을 실제로 밝히고 있다: ≪Viderunt omnes≫와 ≪Sederunt principes≫가 4성부이며, ≪Alleluia pascha nostrum≫과 ≪Allelluia, Posui adiutorium≫이 3성부의 곡이다.
4성부 오르가눔 Videunt
페로탱의 오르가눔으로 추정되는 것 가운데는 장난스런 기법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딸국질’을 의미하는 ‘호케투스’(hoquetus)란 기법이 그것인데, 이것은 이후 13-14세기모테트와 세속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미사음악에도 나타난다(호케투스는 그와 같은 기법의 독립적인 악곡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법으로서의 호케투스는 한 성부가 짧게 노래하는 동안 다른 성부가 쉬는 것을 서로 번갈아가며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음과 쉼표는 성부들에 의해 짧게 교대되는데, 이 교대가 매우 빠르고 잦아 장난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페로탱이 창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르담 오르가눔’은 멜리스마적 오르가눔의 일종인데, 새로운 점은 클라우술라, 즉 거의 음표 대 음표로 진행하는 이질적인 악구가 오르가눔의 중간이나 끝 부분에 삽입되어 있는 것이다. 즉, 이 부분에서는 테노르(tenor) 성부가 상성부와 상당히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데, 이와 같은 진행은 13세기경에 대위법을 의미하는 말로서 ‘디스칸투스’(discantus)로 불렸고, 패로탱은 이것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은 것이다. 노트르담 오르가눔에서 클라우술라의 필요성은 멜리스마가, 도시화된 파리에서, 이전의 오르가눔들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확장된 데서 비롯된다. 왜냐하면 오르가눔은 응답송(responsorium) 식의 성가에서 독창부분의 멜리스마가 다성음악화 된 것이었는데, 이 멜리스마에 다시 멜리스마적인 대선율이 처음부터 끝까지 붙여진다면 곡의 길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는 곡의 중간이나 끝 부분에 클라우술라의 삽입으로 해소되었는데, 그 결과 대조적인 구조의 삽입으로 인한 역동성도 오르가눔에 부산물로 부여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클라우술라는, 다른 한편으로, 노트르담 오르가눔에서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오고 상성부에 가사가 새롭게 첨가되면서 모테트(motetus)로도 전환된다. 가사가 새로 붙여진 상성부(제2성부)를 ‘모테투스’(motetus)라고 칭했는데, 차차 이 새로운 음악 자체를 모테투스로 부르게 된 것이다. 모테트는 이렇게 상성부와 하성부가 다른 가사를 부르는 독특한 음악으로 출발했는데, 3성부 또는 그 이상의 경우에는 상성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가사를 동시에 부르는 것이 보편적인 특징으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테노르의 가사는, 그 출처만 알 수 있도록, 그 첫 단어 정도만 기록되기에 이른다.
클라우술라와 뒤이은 모테트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음높이뿐만 아니라 성부들의 리듬진행을 수직적으로 맞출 수 있도록 표기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런 필요성에 부응해 나타난 것이 ‘모드(modus)리듬’이다. 리듬 발전의 원초적인 단계에 속하는 모드리듬의 체계와 기보법은 레오냉에서 시작된 후 페로탱에 의해 체계화되는데, 그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가를란디아(J. de Garlandia)가 처음으로 제시한다.
먼저, 모드리듬 체계의 시작은 노트르담 오르가눔의 상성부들이 짧은 리듬 패턴, 즉 모드리듬의 수 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고, 클라우술라 부분과 모테트에서는 테노르 성부도 모드리듬을 갖고 있는 것에서 살필 수 있다. 그 체계는 6종류의 정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선율마다 그 중 하나를 적용하거나 그 이상을 혼용하여 반복시키도록 되어 있다(당시의 이론가들 가운데는, 7모드나 9모드리듬 등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주로 행렬이나 축일을 위해 만들어졌던 단순한 호모포니적 진행의 콘둑투스에 대해서는 역시 모드리듬이 적용된 음악의 범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자유리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경향이 대립한다. 모드리듬에 대한 이와 같은 대립은 콘둑투스가 모드리듬 체계의 정립 이전인 12C부터 등장한 것이라는 사실 외에, 음절적인 진행도 흔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와 같은 진행은, 다음의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드리듬의 표기와는 상충되는 것이다.
모드리듬의 기보는 아직 음표들이 독립적으로 음가를 나타낼 수 없는 리듬 기보법의 초기 발전 단계에서 고안된 것이다. 그것은 각 성부의 시작부분에 위치한 몇 개의 단음표 그룹으로 이루어진 ‘음표군’(리가투라, ligatura)의 조합을 통해 모드리듬을 알려주는 방법이었다. 즉, 선율의 시작 부분을 각 모드리듬에 따라 다른 음표들의 조합으로 배치한 것이다: 제1모드는 시작이 3-2-2음표 군으로 배치되어 있고, 제2모드는 2-2-2, 제3모드는 단음표-3-3, 제4모드는 3-3-3, 제5모드는 단음표-단음표-단음표, 제6모드는 4-3-3음표 군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해독은 가를란디아의 이론서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학자들의 선율 분석과 나중에 적혀진 선율과의 비교 등을 통해 추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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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자: 2010.7.31
[김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