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引用, 도. Zitat)
음악의 분야에서 <인용>이란 개념은 최근에 나타난 것으로, 아직 그 의미와 영역이 확고하게 이론화 된 상태는 아니다. <인용>이란 보통 학문의 영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으로, 우리가 논문을 쓸 때 기존의 연구를 참고로 하면서 그 가운데 특정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러한 기법은 문학과 미술 등 예술의 영역에서도 활용되었는데, 작품의 창작에 있어서 이미 만들어진 어떤 부분을 빌려와서 새로운 창작에 사용하는 방식을 넓은 의미로 <인용>이라 부른다. 작품의 창작에 있어서 새로움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예술음악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이미 만들어진 기존의 것을 작품의 창작에 사용한다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끔 <표절>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음악에서의 인용 기법은 -그 이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었고, 특히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1) 인용·꼴라쥬·몽타쥬: 개념적 접근
음악에서 <인용>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하는데 있어서 이미 만들어진 작품의 부분들, 즉 다른 작곡가의 작품, 다른 시대·다른 문화·다른 음악 장르의 작품 또는 자신의 옛 작품의 부분들을 사용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러한 넓은 의미의 <인용> 개념은 인용(Quotation), 꼴라쥬(Collage), 몽타쥬(Montage) 등으로 세분화 된다. 이 개념들은 문학·미술·기술(테크닉) 분야에서 사용되었던 것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요소들을 <병치>시키거나 이질적 재료들을 서로 <혼합>시키는 현상과 관계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개념들은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① <인용>은 문학 또는 학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으로, 좁은 의미로는 “출처에 충실하게 기존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용의 중요한 특징은 “원래적 맥락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맥락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보통 학문적 분야에서의 인용이 인용되는 부분을 출처 그대로 보여주고, 출처를 밝히는 것이 원칙이라면, 예술에서의 인용은 원형에서 벗어나 독자적 해석을 가하거나 패로디적 경향을 보이는 등 많은 변형이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인용은 보통 스스로를 인용하는 경우, 즉 자신이 이전에 만들었던 부분을 인용하는 경우와 다양한 출처를 갖는 기존의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② <꼴라쥬>는 “붙이다”(불: coller)라는 말이 명사화된 개념으로, 1912년 브라크(G. Braque)와 피카소(P. Picasso)가 신문지 조각, 손수건, 병뚜껑 등의 이물질을 그림에 붙이는 새로운 기법의 창작방식에 처음 사용되었다. 이 기법은 특정한 대상을 회화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진 실제적 대상을 그림에 수용하고, 이 대상을 -부분적으로는-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통해 변화·적응시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에 따라 꼴라쥬의 특성은 원래 이질적으로 나타난 사물들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원래의 사물들을 통해 새로운 사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꼴라쥬는 넓은 의미에서 인용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다양한 근원으로부터 미리 존재해있는 수많은 재료들이 꼴라쥬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간에 혼합되고, 그로 인해 개별적 요소를 능가하는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③ <몽타쥬>는 꼴라쥬와 거의 유사한 의미를 갖는 개념으로, 두 개념 사이의 구분은 매우 모호하다. 하지만 몽타쥬는 보다 가치중립적인 개념으로서, 기술(테크닉)과 엔지니어 분야에서 대상을 합성·조합하는 과정을 지칭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특히 사진이나 영화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 몽타쥬 기법은, 전자적 매체를 사용하는 음악에서 많이 적용되었다(구체음악, 전자음악). 보통 완결된 유기적 부분이 갑자기 끝나고, 새로운 음악이 덧붙여 질 때, 이를 몽타쥬라고 하는데, 이는 영화에서 “편집”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몽타쥬는 인용의 의미를 갖기보다는 하나의 작곡기법을 의미한다. 새로운 부분이 몽타쥬 기법으로 연결될 때 그 부분이 기존의 음악을 사용할 경우는 인용기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꼴라쥬가 ‘붙인다’는 단순한 테크닉적 명칭에서, 미적·예술적 법칙으로 확대된 반면, 몽타쥬는 비교적 중립적 의미로 머물러서, 생산의 테크닉적 측면에서 더욱 많이 사용된다.
이 세 개념의 관계를 종합해보면, 꼴라쥬와 몽타쥬는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좁은 의미의 인용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용이 기본적 흐름에서 새로운 맥락의 출현에 강조를 둔다면, 꼴라쥬는 이질적 여러 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합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포괄적 의미에서 꼴라쥬는 인용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다양한 근원으로부터의 미리 존재해있는 수많은 재료들이 꼴라쥬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2) 역사
음악에서의 인용, 즉 새로운 작품의 창작에 있어 <이미 만들어진 음악적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오르가눔·모테트·미사 등은 이미 존재하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사용한 것으로, 이러한 방식은 당시 교회음악에 기본적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미사 형태인 <패로디 미사>는 기존의 음악(종교적 모테트, 세속적 샹송, 마드리갈 등)에서 음악의 재료를 가져와서 작곡한 곡으로, 죠스캥 데프레(Josquin Desprez), 공베르(N. Gombert), 랏소(O. Lasso), 팔레스트리나(G. P. Palestrina) 등 많은 작곡가들이 사용하였다. 이 시기 미사에 많이 “인용”된 세속 노래로는 “무장한 사람”, “만일 내 얼굴이 창백하다면, 그것은 내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등이 있다. 또한 특정 음악가에 대한 존경 또는 헌정의 의미로 기존의 특정 작품이 인용되기도 하였고,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널리 퍼진 쿠오드리베(Quodlibet), 19세기 초 애호되었던 접속곡(Potpourri)도 인용이 사용된 형식 예에 속한다.
인용 기법이 사용된 17-18세기의 작품으로는, J. S.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독일 민요 인용), 모차르트의 「주피터 교향곡」(KV 551, 그레고리오 성가 인용),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 1장 1막 인용) 등이 있다. 19세기 들어 <이미 만들어진 음악적 재료>의 인용은 슈만, 멘델스존, 브루크너, 바그너 등에 의해 보다 포괄적으로 시도되었다. 예를 들어 멘델스존 「교향곡 5번 “종교개혁”」(1829-30/32)의 1악장에서는 루터의 “아멘”이, 종악장에서는 코랄 “내 주는 강한 성”이 인용 되어, 종교개혁 정신의 구현이라는 작품이 의도하는 내용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였고,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에서는 러시아 국가와 프랑스 국가의 인용을 통해 프랑스를 무찌른 러시아의 승리를 더욱 명확히 하였다. 또한 표제음악이나 음악극에서 특정 내용을 담은 모티브가 작품에 여러 번 인용됨으로써 내용을 설명하는 해설적 역할을 인용이 수행하기도 하였다.
20세기 들어 음악적 인용은 더욱 다양화되기 시작하는데, 음악적 인용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작곡가로 말러(G. Mahler)와 아이브스(Ch. Ives)를 꼽을 수 있다. 말러는 교향곡에서 자신이 작곡한 가곡 또는 친숙한 민요, 대중 노래, 행진곡, 춤곡 등을 포괄적으로 인용하면서 꼴라쥬 기법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인용을 통해 말러는 교향곡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형식이 가지고 있는 장르의 위엄을 해체시켰고, 대중적인 이디엄의 인용을 통한 다원적으로 혼합된 구조를 제시하였다. 아이브스는 음악적 꼴라쥬 기법의 직접적인 선구자로서, 「교향곡 제4번」, 「뉴잉글랜드의 세 곳」(Three Places in New England) 등에서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종소리, 찬송가, 대중음악, 19세기 미국 음악 및 유럽 음악)를 인용하였다. 아이브스는 이러한 이질적 재료들을 화성, 리듬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묶었지만, 개별적 요소들이 확실히 인식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아이브스의 작품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불연속성>을 음악에 끌여 들였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통일성보다는 다양성, 다원주의를 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세기 음악의 인용은 무조음악이 나타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조성음악에서는 원래의 작품과 인용되는 부분이 <조성>이라는 공통적인 환경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차이는 양식적인 문제에 제한되었다. 그러나 무조음악에 조성음악이 인용되면, 이들 사이에는 기본적 언어에서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즉 전통적 음악에서 인용과 인용이 나타나는 환경은 조성이라는 동일한 이디엄(Idiom)에 속하는 반면, 무조음악에서는 인용과 환경사이에 “시간적(역사적)” 차이와 “언어 내적”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인용과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적 베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융합하지 못하면서 대립되고, 인용은 특별한 의미 또는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다. 예를 들어 쇤베르크(A. Schönberg)는 자신의 무조적 「현악4중주 op. 10」의 제2악장에서 “오, 사랑스런 어거스틴 O, du lieber Augustin, alles ist hin”을 인용하였다. 조성에 근거한 단순한 노래는 조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음악에서 “조성의 종말”을 상징하는 매우 특이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베르크의 무조성 오페라 「보체크」에서는 돈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 C-장조-삼화음이 인용된다. 무조음악이라는 환경에서 이 조성적 화음은 “돈의 즉물성”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적 인용은 <유머> 및 <패로디> 효과를 창출하기도 하는데, 이는 드뷔시(C. Debussy)와 힌데미트(P. Hindemith)의 작품에서 발견된다. 드뷔시의 피아노곡 「어린이 코너」(1906/7)의 6번째 곡 “Golliwoogi's Cake-Walk”는 북아메리카 흑인 춤곡의 싱코페이션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리듬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음악의 흐름 한가운데 갑자기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시작 부분이 인용되어, 매우 우스꽝스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힌데미트는 단막 오페라 「누쉬-누쉬」(Das Nusch- Nuschi, 1920)에서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유명한 황제 음악을 인용하였는데, 이를 통해 확고한 가치를 인정받은 전통적 음악의 권위가 거칠고 난폭한 환경에서 풍자(패로디)되었다.
안타일(G. Antheil)과 바레즈(E. Varese)는 산업사회의 대상물들을 음악에 사용함으로써, 전통적 음향에서 벗어나 문명을 음악에 도입하였다는 측면에서 선구적 의미를 갖는다. 60년대 이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 기법은, 예를 들어 안타일의 「기계적 발레」(Ballet méchanique, 1925)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 문소리, 사이렌 소리 등이 사용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대중음악이 예술음악에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특히 <재즈>는 시민적 음악문화에 대립되는 대표적인 매체로서 인용되었다(예: 힌데미트의 「피아노 모음곡 1922」,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
3) 20세기 후반의 인용
20세기 후반, 정확하게 말하자면 1960년대 이후부터 음악에서 <인용>은 -이전 시대와 뚜렷이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증가했다. 그 양적인 팽창에 따라 “인용 기법을 사용한 음악과 [전통적 의미의] 자율적 창작음악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견해도 나타났고, 인용을 사용하는 방식이 “중심적 작곡 수단”으로 굳어지게 되었다는 주장까지 제시되었다.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이러한 인용음악에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여러 시기 및 장르의 재료들이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인용음악은 인용되는 재료에 따라, 또는 인용 방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 음악에서의 인용은 인용되는 재료가 <기존의 음악작품>일 경우와 -구체음악(musique concrèt)에서 나타나듯이- <실제적 소리>로 나누어진다(예를 들어 노노의 「불 켜진 공장」). 전자의 경우는 인용의 재료에 따라 ①다른 사람이나 다른 문화의 음악작품, ②작곡가 자신의 옛 작품, ③민요 또는 국가(國歌)와 같은 사회적 그룹이나 제도권의 음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용 방식에 따라서도 ①기존의 재료가 변형되어 인용되는 경우, ②기존의 재료가 변형 없이 직접 인용되는 경우, ③양식 또는 음악적 현상을 포괄적으로 인용하는 경우로 세분화시킬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은 보통 -좁은 의미의- “꼴라쥬”에 해당되는 것으로, 새로운 작품의 창작에 있어 여러 출처를 가진 기존의 음악적 재료를 새로운 창작에 맞추어 “변화”시켜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예는 짐머만(A. B. Zimmermann)의 여러 작품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병사들」(Die Soldaten), 「젊은 시인을 위한 레퀴엠」, 「포토프토시스」(Photoptosis). 1960년대 중반 이후 슈톡하우젠(K. Stockhausen)은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의 음악적 재료를 -전자적 매체를 사용하여- 작품에 사용하였다: 「텔레무지크」(Telemusik)(1966), 「국가(國歌)」(Hymnen)(1966/67), 「빛 시리즈」(Licht, 1977년부터). 카겔(M. Kagel)은 창작 전반에서 “음악에 대한 음악”이라는 모토를 주장하면서, 꼴라쥬 기법을 폭 넓게 작품에 활용하였고, 기존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통적 연주 공간·기존의 언어재료 등 포괄적인 측면의 재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악적 연극」(Instrumentellen Theaters, 1971-73). 락헨만(H. Lachenmann)의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Accanto」(1975/76)에서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의 부분을 테이프에 녹음하여 사용하였는데, 테이프에서 나오는 모차르트의 음악과 실제적으로 연주되는 음악이 서로 대조를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그의 「독일 리트와 함께 한 춤 모음곡」(1979/80)에서는 하이든의 황제찬가, 지그, 왈츠 등의 춤곡과 민요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꼴라쥬 기법은 베리오의 「신포니아」(Sinfonia)(1968)에서 절정을 이루며, 노노(L. Nono), 슈테블러(G. Stäbler) 등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분야에서 특히 언급할만한 작곡가는 슈니트케(A. Schnittke, 1934-1998)로서, 그는 12음 기법이나 음색작곡에 의한 작곡시기를 거쳐 독자적인 음악양식인 <다원적 양식층 Polystilistik>에 의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는 조성과 무조성, 탱고와 파사칼리아, B-A-C-H 모티브와 왈츠, 종교적 형식, 바로크와 고전, 낭만적 양식, 대중적인 것과 예술적 인 것 등을 모두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구성하면서, <인용>과 <풍자> 기법을 사용하여 다원적 양식을 확립하였다. 이러한 양식은 그의 「교향곡 제1번」(1969/72)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약 80여분의 연주시간이 소요되는 4악장 구성의 이 작품에서 슈니트케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부터 현대적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까지 여러 시대 작품의 부분을 인용하였고, 바로크 음악, 춤음악, 중세의 세쿠엔치아 「분노의 날」, 재즈, 현대적 기법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였다. 「교향곡 제3번」(1981)에서는 바흐부터 말러까지 30명 이상의 작곡가의 작품을 인용하였고, 「교향곡 제4번」(1984)에서는 유대교, 러시아 정교, 가톨릭과 신교의 노래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종교의 화합을 상징화 시켰다.
두 번째 방식은 오로지 인용되는 대상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것으로, “인용-꼴라쥬”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 경우 작품의 창작은 인용될 재료의 선택과 그것의 연결 및 합성에 중점을 둔다. 카겔(M. Kagel)의 「루드비히 반」(Ludwig van)(1960), 짐머만(B. A. Zimmermann)의 「루브왕의 저녁식사를 위한 음악 Musiques pour les soupers du Roi Ubu」(1968), 케이지의(J. Cage)의 「유로페라 1 & 2」(Europeras, 1985-87), 슈톡하우젠의 「베토벤 홀을 위한 음악」(Musik für Beethovenhalle)(1969), 락헨만의 「몽타쥬」(Montage)(1971) 등에서 이 방식이 사용되었다. 짐머만은 「Musiques」에서 르네상스부터 1960년대까지의 여러 시대의 유명한 작품의 다양한 요소, 자신의 작품, 팝음악 등의 부분을 음악적 재료로 사용하였는데, 이들은 점차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동시적으로 서로 오버랩 된다. 카겔의 「루드비히 반」에 사용되는 모든 음은 베토벤 음악에서 나온 것으로, 이 작품을 카겔은 “메타 꼴라쥬”라고 설명하였다: “왜냐하면 베토벤 실내음악이 유일한 음향 원천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케이지의 「유로페라 1 & 2」는 인용기법과 -케이지의 개성적인 양식인- 우연성 기법이 활용된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새로 작곡된 부분이 하나도 없고, 모든 음악적 재료를 과거의 오페라에서 가져왔다. 오케스트라 총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도서실에 소장된 수많은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부분 가운데 컴퓨터를 통한 우연성 작업을 통해 선별하여 사용하였다. 아리아 역시 기존의 오페라에서 부분적으로 가져와서 사용하였는데, 이는 이 작품의 초연에 참가한 성악가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외 무대 행위는 웹스터 사전의 어휘를 우연적으로 선별하여 사용하였고, 무대 의상은 [의상 백과사전]을 활용하는 등 이 작품의 모든 요소는 총체적으로 기존의 오페라에서 우연성 작업을 통해 선별하여 이루어 졌다.
세 번째 유형으로는 기존의 그래픽이나 그림 등을 악보에 연결시키는 경우로, 이렇게 이미 존재하는 그래프 또는 그림이 인용될 경우는 <악보-꼴라쥬 Partitur Collage>라고도 부른다. 여기서는 텍스트 또는 주석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케이지의 「Renge」, 슈네벨의 「Mo-No」, 후버의 「...inwendig voller figur...」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슈네벨의 「Mo-No」(1969)에는 연주자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말, 자신의 그림과 그래픽적 악보,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프리드리히(Capar David Friedrich)의 그림의 복사판, 슈베르트·슈톡하우젠 등의 메모, 신문 기사 등으로 복합적으로 구성되었다. 후버의 작품에서는 듀러(Albrecht Dürer)의 목판화가 악보의 특정 부분에 첨가되어, 오케스트라의 자발적인 즉흥연주를 유도하기도 하였다.
전반적으로 20세기 후반의 인용이 전통적 인용과 구별되는 점은, 이제 인용이 단순히 작곡의 한 부분적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고, 그 자체가 하나의 작곡 원칙으로서 작품 전체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 음악에서 인용은 의미의 강화, 상징, 유머 및 패로디 효과, 회고적 역할, 주석(설명)의 역할 등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낯선 것>으로서 작품에 악센트를 주는 역할을 하였다면, 50년대 이후의 음악에서는 <낯선 것>으로서 인용의 특성은 점차 사라지고, 인용 자체가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즉 작곡 과정은 “이미 있었던 것” 또는 “반만 완성된 것”의 변형 또는 조절(Arrangieren)로 파악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술에서 빌려온 꼴라쥬와 몽타쥬 개념도 더욱 활발하게 사용되었고, 20세기 후반의 새로운 음악기법 (예: 전자음악, 우연성 기법 등)이 인용기법과 결합되어 옛것과 새것의 이색적인 혼합을 보여주었다.
20세기 후반에 <인용> 기법이 많이 사용된 것은 이 시기 음악미학의 변화의 맥락에서 논의될 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독창미학이 그 힘을 잃어갔고, 예술에서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향 등이 나타나면서 작곡가들은 기존의 음악적 재료를 활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문헌
오희숙, “음악적 <인용> 기법 연구 - 20세기 후반 음악을 중심으로”, [이화음악논집] 제5집 2001.
----, [20세기 음악 1: 역사·미학], 2004 심설당.
등록일자: 2005-07-15
오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