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양인정
등록일자: 2013.1.14.
월드뮤직 [world music]
우리가 ‘월드 뮤직’(world music)을 말 그대로 직역해서 이해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종족들이 향유하고 사용하는 음악을 총칭하는, 즉 전 세계의 모든 음악을 칭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용어가 범세계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을 가리키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음악’이라는 용어가 어떤 음악들을 지칭할 때 구체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어려운 점은 ‘세계음악’이라는 용어가 지금까지도 하나의 의미로 통합되거나 일치됨이 없이 아주 여러 의미가 뒤섞여 불명확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미경은 이 문제를 좀 더 세분화하여 세 개의 단어 ‘world music’, ‘세계음악’, ‘월드뮤직’이 실제 사용에 있어 각기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단어들의 대상 또한 불분명하고 복잡하다고 설명하고 있다(박미경 2009: 5-6).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는 크게 두 가지의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첫째는 종족음악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정의되는 ‘세계음악’과 둘째는 상업적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음반유통과정에서 하나의 장르용어,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는 ‘월드뮤직‘이란 의미이다.
먼저, 첫 번째의 학문적 대상으로 정의한 ‘세계음악’의 개념은 음악학의 한 분야인 종족음악학에서 서양예술음악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민족들의 음악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예술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부류의 음악’이라는 것이 너무나 광범위하다보니 여기에도 많은 비판과 정의적 논란들이 이어오고 있다. 과거에 학문적 대상으로 규정해놓은 ‘세계음악’의 카테고리가 비서구지역에 존재하는 순수한 전통 예술음악이나 민속음악의 영역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면, 현재는 비서구 지역에서 행해지는 동시대의 대중음악이라든가 서구의 음악문화와의 교류로 인한 혼종화, 또 이주로 인한 상호영향 때문에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 범주까지도 ‘세계음악’의 정의에 포함시켜 연구영역이 더욱 확장되었고, 그 결과 카테고리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둘째,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 이후 영․미권의 음반유통과정에서 대중음악계의 하나의 마케팅 범주로서 생겨난 개념이다. 즉 위에 언급된 학문적 연구대상과는 전혀 관련 없이 상업적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인 것이다. 서구사회에 세계 여러 지역의 음악에 대한 흥미가 급증하면서 서양의 팝 문화 밖으로부터 온 음악들의 음반판매 증대를 위해, 이미 분류되어 사용되고 있는 대중음악 장르들을, 예를 들어 재즈, 블루스, 록, 로큰롤, 컨트리, 포크 기타 등등, 제외한 나머지 음악을 아우르는 카테고리가 필요했고, 그런 ‘나머지’ 음악을 한데 묶어 편의상 ‘월드뮤직’으로 규정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 용어가 음반유통 개념을 넘어서 방송의 장르 전문 프로그램과 인터넷 매장에도 정착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월드뮤직 스타’라는 개념까지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박미경 2009: 14). 그러나 실제로 어떤 음악 종류들을 ‘월드뮤직’이라는 장르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다보니 현재 정확한 범주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는 무엇이 월드뮤직인가를 묻기보다 무엇이 월드뮤직이 아닌가를 묻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까지 말하나, 무엇이 ‘월드뮤직’이 아닌가라는 답변조차도 일치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이미 오래 전에 서구사회에 널리 애호되고 있는 라틴댄스음악의 종류들이나 아일랜드의 캘트음악, 레게 등을 비롯해 심지어 샹송, 칸쪼네까지도 ‘월드뮤직’ 범주 안에 포함시킬 것인가 대해서는 의견들이 다르다.
위에 열거된 ‘월드뮤직’ 개념을 정리해보면 종족음악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정의되는 “세계음악”과 서구 대중음악 산업 내에서 사용되어지는 “비서구 음악의 다양한 스타일과 결합된 느슨한 집합체”로 나뉘어 볼 수 있다(변계원, 조효임 2004: 336-337). 따라서 ‘월드뮤직’이라는 말은 비서구 지역의 고유한 전통음악, 민속음악을 지칭하는 것과 서구시장에서 상품성과 대중성을 앞세워 혼합의 형태로 출시된 서구의 주류음악 밖의 대중음악 장르들을 뜻하는 의미까지 뒤섞인 복합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박미경. “세계음악연구와 교육의 기반조성연구”.『음악과 문화』제 28호(2002), pp. 9-34.
박미경. “세계음악과 월드뮤직: 우리 문화현장에서의 관련 쟁점과 존재양상“. 『음악과 문화』제20호(2009), pp. 5-26.
변계원. 조효임. “월드뮤직 용어의 개념적 고찰”.『음악과 민족』제28호(2004), pp. 321-340.
신현준. “월드뮤직과 (문화)번역의 실천: 대화적이지만 불평등한 네트워크와 그 불만들”.
『인문학논총』제 28호(2012), pp. 39-66.